진짜 정신 하나도 없었던 하루였다.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하루 종일 서성거리기만 하고 손가락 하나 보탠 게 없다는 웃픈 전설...
⏰ "9시 전 출산은 가능할거같아요"
원래 우리가 받아온 출산 시간은 화정 명문철학원에서 받은 진시(07:30~9:30)였다. 전날 선생님이 "저희가 첫 타임이라 9시 전엔 가능하시거예요~" 하셔서 완전 안심하고 있었는데. 07시쯤 간호사쌤이 오시더니 응급 제왕절개가 생겨서 좀 늦어질 수 있단다.
이 말 듣는 순간 심장 쿵. 응급 수술하시는 분한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새치기 당하는 기분은 어쩔 수 없더라. 인간이 이렇게 이기적이다.
다행히 별 이슈 없이 07:40분에 이송 직원분이 오셔서 침대 갈아타고, 07:45분에 4층 수술실로 이동. 수술할 때는 외래랑 완전 다른 별도 엘리베이터를 쓴다.

🪑 보호자 대기석에서 혼자 좌불안석
아내가 수술실로 쏙 들어가고, 나는 다시 6층 올라와서 분만실 옆 보호자 대기 공간에 자리 잡음.

가만히 앉아있는데 08시 02분경 "수술실 입실했습니다" 문자 딱 옴. 간호사쌤 한 분이 오셔서 "아기 금방 나오니까 어디 가지 마시고 대기해주세요~" 하시길래 얌전히 앉아있었지. 근데 검색해보니 보통 수술 시작하면 10분이면 아기 나온다던데... 30분 지나도 감감무소식.
이때부터 나 혼자 조용히 심장이 터지기 직전. 땀도 나는 것 같고 갑자기 화장실도 급해지고. 근데 생각해보면 이 정도 긴장은 수술대 위 아내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겠지? 나는 대기실에서 병원 동선 그려보며 "수술실이 4층이니까 아마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올 거 같은데..." 하고 혼자 형사 놀이 중이었음.
🍼 드디어, 첫 만남
08시 38분! 내 아들이 엘리베이터 인큐베이터에 실려서 나랑 첫 대면함.

와... 아들도..진짜 고되어 보임. 아내도 분명 고생했을 텐데,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음. 무기력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무사히 신생아실로 같이 왔고 사진이랑 짧은 동영상도 찍음. 신생아실 입구에서 기다리면 아기 몸무게 알려주는데, 3.18kg 건강한 아들이었다 🎉
아내는 대략 한 시간 정도 회복실에서 회복한다고 해서, 이 틈에 아기 입원 수속 진행함. 간호사쌤이 바코드 있는 용지 주시는데 그거 들고 입원수속 창구 가면 간단히 끝남.
9시에 회복실로 이동했다는 문자 옴. 이때 산후조리원이랑 산후도우미 업체에 연락함. 도우미 업체는 예약일 며칠 전에 다시 연락 준다고 했고, 조리원은 문자로 정보 달라고 해놓고 다음날까지 답이 없어서 살짝 불안했음. 설마 퇴원일에 조리원 입소 못 하는 불상사 생기는 건 아니겠지? 이 얘기는 나중에 조리원 입소하고 따로 써야겠음.
🧦 압박스타킹과의 사투
아내 기다리면서 압박스타킹 신길 방법 고민함. "아! 돌돌 말아두면 신길 때 편하겠다" 싶었는데... 그냥 두는 게 좋다. 간호사쌤이 신겨주실 때 그냥 풀어달라고 하심 ㅠㅜ 괜히 혼자 준비성 있는 척했다가 민망.

🛏️ 병실로 돌아온 아내
10시 15분쯤 회복실에서 병실로 아내가 왔다. 무척 고통스러워함. 나는 역시 아무것도 못 함. 그래도 남편이 할 일은 있다.
**아빠가 챙겨야 할 것들:**
- 밑으로 흐르는 출혈은 자연스러운 거지만, 한 시간 안에 패드 한 장이 급작스럽게 다 젖을 정도면 간호사쌤한테 알려야 함
- 압박스타킹은 30분마다 벗겨서 피부 상처나 울혈 생겼는지 확인, 문제 있으면 간호사한테 알림 (스타킹 확인할 때 패드도 같이 체크하면 편함)
- 4시간 동안은 물도 마시면 안 됨
- 8시간 동안은 척추마취 때문에 고개를 절대 들면 안 돼서, 물 마실 땐 구부러지는 빨대로 도와줘야 함


고인 피랑 소변은 소변줄로 배출되니까 물은 많이 마시는 게 좋다고 함. 소변줄은 다음날 아침에 뺀다고 함.

이때 성격 급한 우리 아내가 명문철학원 가서 이름 정하고 오라고 지시해서 후다닥 다녀옴. 명문철학원 후기는 나중에 따로 써야지.
💉 진통제와 금식

아내는 오늘 하루 금식인데 나는 미리 주문해둔 보호자 식사를 함... 미안하다... 눈치보인다... 그래도 다 먹어두라고 함, 케어하려면.

진통 올 때마다 버튼 눌러서 10분에 한 번씩 투여되는 진통제 있고, 그래도 아프면 간호사한테 말해서 맞을 수 있는 주사 진통제 있음. 근데 주사 진통제는 하루 2번까지만 맞을 수 있어서 의사쌤 확인 필요해 30분 정도 걸림. 아내는 병실 온 지 30분쯤 뒤 한 번, 자기 전 8시쯤 한 번 요청해서 맞았다.
👨👩👦 아빠만의 신생아실 면회

제왕절개는 아내가 움직일 수 없으니까 신생아 면회는 남편만 하루 두 번, 12~13시랑 19~20시 사이에 신생아실에서 연락 오면 가능함. 유리문 밖에서 사랑스러운 아기를 만날 수 있었음. 약 5분 정도 짧게 면회했지만 진짜 소중한 시간이었다.


✍️ 마무리하며
수술 당일은 진짜 긴장의 연속이었다. 나는 계속 무기력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옆에서 할 수 있는 작은 것들 챙기면서 하루를 보냈네. 내일은 3일차 얘기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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